늦은 저녁, 프라하의 하늘은 짙푸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여름날의 맑은 공기 속에서 태양은 천천히 프라하성 뒤로 몸을 숨겼고, 그 빛은 강 위에 길게 반사되며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나는 카를교 한가운데에 서서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프라하의 여름 저녁은 유난히 길고, 해가 지기 직전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파란 하늘은 점점 깊어지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 잠시 머무는 그 오묘한 빛깔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다리를 따라 걸으며 저마다의 감상에 젖어 있었고, 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았다.
“인생도 이 순간과 같을까?”
어느덧 낮과 밤의 경계에 서 있는 이 시간처럼, 우리의 삶에도 분명한 구분선이 존재할까? 밝은 순간이 있으면 어두운 순간도 있고, 모든 것이 변해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 것일까?
저 멀리 연인들은 손을 맞잡고 다리를 건너고, 거리의 음악가는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삶의 아름다움은 이렇게 작은 순간들 속에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카메라 셔터를 한 번 더 눌렀다. 이 장면을 기억하고 싶었다.
프라하의 석양이 사라지면서 다리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고, 어둠은 천천히 도시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며 저물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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