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듣는다는 것은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 북적대는 방에서도 고요하게 귀 기울이는 법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말을 하고, 또 수없이 많은 말을 듣습니다. 그런데 정작 진심으로 “듣는 것”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중년이 되면 우리는 어느새 말하는 쪽보다 듣는 역할을 더 많이 맡게 됩니다.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직장의 후배를 듣고, 친구의 삶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듣기’가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집중된 것이었을까요?
어느 작가는 말했습니다.
“북적대는 방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경우라도 나는 그 방에 우리 둘만 있는 것처럼 그를 대한다. 다른 것은 모두 무시하고 그 사람만 쳐다본다. 고릴라가 들어와도 나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한 집중을 넘어, 존재에 대한 예의를 말합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을 때, 그가 말하는 내용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전체에 마음을 기울이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듣기의 기술입니다.
듣기는 기술이 아니라 ‘배려’다
중년은 인생의 전환점이자, 관계의 밀도가 더욱 짙어지는 시기입니다. 자녀는 성장하고 부모는 늙어가며, 직장에서의 역할은 무게를 더해갑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행동 중 하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일입니다.
들어줄 때, 상대방은 “내가 이 사람에게 중요하구나”를 느낍니다. 아무리 짧은 말이어도, 온전히 듣고 있으면 상대는 존중받고 있다는 깊은 안도감을 얻게 됩니다. 반면, 아무리 멋진 조언이나 해답을 해줘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관계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듣는 자세는 눈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눈빛으로 전합니다. 누군가 말을 할 때,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모든 것이 ‘나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어떤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도 그 사람을 향한 눈과 귀가 온전히 열려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깊은 신뢰가 생깁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는 압니다. 아이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말을 건넬 때,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건성으로 듣는 순간, 아이는 점점 말을 줄여간다는 것을.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화의 질은 내가 상대에게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부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듣는 법을 배우면, 마음을 여는 법도 배운다
중년 이후의 삶은 ‘관계’와 ‘이해’의 예술입니다. 우리는 점점 말이 많아지는 세상에서, 말보다 더 강력한 ‘경청’의 힘을 배워야 합니다. 그 힘은 단지 사회적 기술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있게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어쩌면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말을 잘한 사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렇게 마음먹어 보세요.
“지금 이 순간, 이 사람만이 내 세계의 중심이다.”
고릴라가 방에 들어온다 해도, 눈을 떼지 않고, 그 사람의 말을 듣는 것.
그것이 관계의 품격이며, 중년이기에 가능한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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