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 앞의 꽃

찬란한 햇살이 눈 덮인 산봉우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스위스의 설산은 마치 세상을 초월한 신비로운 존재처럼 우뚝 서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꽃 한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꽃은 마치 세상의 모든 역경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듯, 흰 눈이 녹아 흐르는 맑은 물가에서 조용히 피어 있었다. 하얀 산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유난히 선명한 색으로 존재를 알리는 꽃. 자연의 위대한 풍경 속에서 작지만 강한 생명의 증거였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눈보라 속에서도 뿌리를 내린 이 작은 존재는 말없이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여기 있어. 그리고 나는 살아가.”

어쩌면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거대한 운명 앞에 작디작은 존재이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꽃을 피우고 있는 것처럼. 설산 앞의 꽃은 그렇게 우리에게 희망을 속삭이고 있었다.